폐선로 따라 이어지는 저용한 산책, 흑백 감성의 클라이맥스
폐선로를 따라 걷는다는 건 단순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충남 서천 장항선 폐역의 기찻길은 이제 더 이상 기차가 바쁘게 지나가지 않지만, 여전히 수많은 감정들이 그 위를 조용히 지나갑니다. 오래된 나무 침모고 위로 파릇하게 자라난 들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녹슨 철로, 그리고 바람 소리만이 가득한 그 길 위에는 시간의 흔적을 넘어선 '기억의 소고도'가 흐르는 듯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않고, 아무도 서두르지 않는 고요한 기찻길을 따라 걷는 특별한 여행,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깊은 감정들을 천천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기찻길은 어딘가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하지만 폐선로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이 길은 ‘목적지’를 향하는 걷기가 아니라, ‘마음속’을 향하는 걷기다. 서천 장항선 폐역에서 시작된 이 폐선로는 짧지도 길지도 않다.
하지만 걷는 내내,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 걷는 동안 무엇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길
- 걷는 속도보다 감정이 먼저 앞서가는 길
- 발자국보다 ‘생각’이 더 깊이 남는 길
폐선로 양 옆엔 들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누군가 일부러 길을 낸 듯 정돈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방치된 느낌도 아니다.
오래된 철로는 녹슬었고, 침목 사이에는 자잘한 돌멩이와 낙엽이 어우러져 있다.
가끔 바람에 풀잎이 살짝 흔들릴 뿐, 걷는 내내 그 어떤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이 길 위에선
- 사진보다 영상이 떠오르고
- 발걸음보다 기억이 앞서며
- 걸음마다 그리움이 뒤따른다
- 출발: 장항선 폐역 플랫폼
- 걷기 시작점: 플랫폼 남단 철로
- 중간 포인트: 구간별 포토 스팟 (덩굴이 엉킨 철조망 옆, 휑한 표지판 앞)
- 도착: 폐철로 끝단(낮은 철문이 나오면 그곳까지)
- 총 거리: 약 700~800m
- 소요 시간: 사진 포함 20~30분
- 주의: 폐철로라 풀숲이 높거나 돌부리가 튀어나온 곳이 있으니 운동화 필수
- 철로 위 걷는 뒷모습 (로우앵글): 어깨에 바람 맞은 머리카락이 흩날리면 베스트
- 철로와 그림자만 나오는 컷: 인물 없이도 감정이 묻어나는 사진
- 기찻길 끝 표지판 + 흐릿한 초점: ‘이 길은 여기서 끝난다’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음
📷 필터 팁:
- iPhone: Noir / Dramatic B&W 필터 추천
- Galaxy: 빈티지 흑백 + Grain(입자감) 추가
- Lightroom 사용 시 Clarity 낮추고 Fade 추가 → 필름 느낌
이 길은 혼자 걸을수록 좋다.
둘이 걷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셋이 걷기엔 말이 많아진다.
혼자 걷다 보면 ‘조금 더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길은 조용히 끝난다.
그리고 그 순간,
무엇을 말하지 않아도 충분한 감정이 마음속에 채워진다.
어떤 감정은, 목적지가 필요 없다.
그냥 걸을 수 있는 길만 있어도 된다.
서천의 폐철도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과거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말하지 못한 감정을 묻는다.
걷는 내내 아무도 옆에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외롭지 않았다.
왜일까.
아마도 이 기찻길 위에는 ‘과거의 나’가 함께 걷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멈춘 철로 위에서 흐른 것은, 나의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