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행지를 고를 때 보통은 유명한 관광지부터 떠올리곤 하죠. 하지만 어떤 여행은 오히려 조용하고 소박한 곳에서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합니다. 전북 부안의 변산읍 골목길이 바로 그런 특별한 장소 중 하나예요. 이곳은 2018년 개봉했던 영화 <변산>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지만, 아쉽게도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관광지로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영화 속 그때 그 장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주인공 '학수'가 잠시 돌아왔던 그 고향의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영화가 미처 담아내지 못한 진짜 고향의 풍경과 그 속에 깃든 감정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영화 <변산>에서 주인공 학수는 잠시 고향인 변산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가 처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장면은 오래된 벽돌 건물들과 낮은 기와지붕, 그리고 전선이 복잡하게 얽힌 하늘 아래 펼쳐진 낡은 골목길이었죠. 이 골목길은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학수의 불안정한 내면과 깊이 맞닿아 있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촬영 장소 실제 위치:
-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구 부안시장 근처 골목길
해당 골목은 차량으로는 접근하기 어렵고 도보로만 둘러볼 수 있어요. 지금도 현지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니 방문 시에는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둘러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골목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골목 안을 걷는 동안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한 풍경 그 이상이었어요. 사람들은 대개 이런 곳을 무심코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영화 덕분에 이곳을 천천히, 자세히 바라보게 됩니다.
어느 담장에는 아직도 빛바랜 오래된 타일 간판이 그대로 붙어 있었고, 담벼락 밑에는 누군가 정성껏 키우던 화분들이 놓여 있었어요. 마치 학수가 금방이라도 그 모퉁이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영화 속의 시간과 공간이 현실에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사진 포인트와 분위기
- 노란색 벽이 있는 이중 골목: 주인공이 친구를 따라가며 말다툼을 하던 장면의 배경이 되었던 곳입니다.
- 폐쇄된 슈퍼 간판: 영화에서는 ‘OO 슈퍼’로 등장했지만 지금은 문이 닫혀 있는 그 슈퍼 간판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 벽돌 담벼락 아래 놓인 의자: 주인공이 담배를 피우며 잠시 앉아 쉬던 장소로 추정되는 구간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광각 렌즈보다는 표준 렌즈로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는 구도가 훨씬 더 잘 어울릴 거예요.
"그 영화 찍을 때 촬영팀이 여기 골목길 안에 며칠씩 왔다 갔다 했어요. 우리 눈에는 그냥 평범한 골목인데, 카메라로 보니까 또 다르게 나오더라고요."
– 부안읍 상점 주인 인터뷰 中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평범하기만 했던 공간도 영화라는 렌즈를 통하면 얼마나 특별한 의미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 버스: 부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후 도보로 약 5분 정도 걸립니다.
- 주차: 구 부안시장 주변에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추천 시간대: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가 가장 조용하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시간입니다.
- 부안 찐빵 골목: 시장 안쪽에 위치한 소박하고 정겨운 찐빵집들이 모여 있습니다. 따끈한 찐빵으로 간단하게 허기를 채워보세요.
- 부안서림도서관: 잠시 쉬어가며 책 한 권 읽을 수 있는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입니다.
변산읍의 골목길은 단순히 영화 한 장면의 배경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떠나온 그리운 고향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의 한 페이지일 겁니다. 제가 그 골목을 걸었던 그날,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에도, 벽에서 떨어져 나간 오래된 벽돌 하나에도 깊은 감정이 묻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기억이 남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요히 바라볼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