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여행지에서 편안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나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품은 공간에서 낯선 감성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전북 임실의 한 폐교였다. 이곳은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던 교실이, 지금은 여행자를 위한 아늑한 숙소로 탈바꿈한 장소다. 오래된 책걸상, 칠판, 종이창문까지, 그 시절의 시간을 그대로 머금은 공간에서의 하룻밤은 우리가 잊고 지낸 감정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1. 폐교가 왜 여행지가 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폐교’라고 하면 황폐한 공간, 버려진 느낌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의 폐교들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전북 임실처럼 인구가 감소한 지역에서는 폐교를 문화공간이나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해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 말고도 카페가 되어 있는 곳 식당으로 바뀐 곳 등 주로 잠깐 지나가는 곳으로 다녔는데 이번엔 숙박을 했다.
‘학교’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추억의 감성은,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
2. 임실 폐교, 그곳을 찾게 된 이유
우연히 SNS에서 폐교를 개조한 숙소 사진을 보게 되었다. 낡은 복도, 교실 한켠에 놓인 이층침대, 까만 칠판 위에 적힌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라는 글귀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위치는 전북 임실. 세종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였다.
주말을 이용해 바로 예약했고, 폐교는 산속 깊숙한 마을 안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 앞 운동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철봉과 농구 골대도 녹슬긴 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차 문을 열자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3. 교실에서 자는 경험 – 낡았지만 따뜻했다
숙소는 원래 3학년 1반 교실이었다.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내부에 욕실, 미니 주방, 난방 시설을 넣어 리모델링한 형태였다. 책걸상은 실제 학생들이 쓰던 것을 그대로 활용했고, 커튼 대신 종이창문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쌌다.
밤에는 작은 난로를 피웠다. 불꽃이 일렁이는 동안, 나는 창가에 앉아 교실 한 구석에 놓인 일기장 몇 장을 읽었다. 그 일기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오늘 친구랑 싸웠다. 선생님한테 혼났는데 속상하다.”
30년도 더 된 일기였지만, 읽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4. 폐교 여행의 특별한 감성 – ‘잊고 있던 나’를 만나다
폐교 숙소에는 TV도, 와이파이도 없었다. 인터넷이 끊긴 그 공간에서 나는 오히려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볼거리나 맛집을 떠올리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 느리게, 그리고 풍부하게 흘렀다.
교실 뒷편에는 작은 갤러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 마을에서 졸업한 학생들의 졸업사진, 당시 선생님이 적어둔 교육 일지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보며, 나는 문득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졌다.
5. 여행 정보 – 임실 폐교 숙소 예약 & 팁
- 이름: 리:스쿨 임실
- 위치: 전라북도 임실군 삼계면 ○○리
- 예약 방법: 공식 인스타그램 또는 네이버 예약
- 숙박료: 1박 기준 약 12만 원 (2인 기준, 조식 포함)
- 체크포인트:
- 난방이 잘 되지만 겨울엔 전기담요 챙기면 좋음
-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
- TV 없음, 와이파이 약함 → 책이나 노트 챙기기 추천
결론 – 폐교는 멈춰있는 공간이 아니다
전북 임실의 폐교는 단순히 ‘옛날 건물’이 아니다. 사람의 시간을 담고, 다시금 누군가의 기억으로 채워지는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어쩌면 여행이란, 새로운 것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던 감정과 다시 만나는 일이 아닐까. 그 점에서 폐교 여행은 나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자, 또 하나의 귀중한 기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