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난다는 건 꼭 멀리 가거나 화려한 곳을 찾는 일만은 아니다.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고창을 선택해봤다. 보통 고창 하면 고인돌, 청보리밭, 선운사 같은 유명한 관광지만 떠오르겠지만, 나는 그곳에서 조금 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다.
고창의 로컬 도서관을 따라가며 책을 읽고, 주민들과 조용히 공간을 공유하고, 때론 마을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걷는 시간을 선택했다. 내가 찾은 다섯 곳의 도서관은 모두 크지는 않지만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서울에서 두 시간 반, 세종에서는 불과 한 시간 거리. 가까우면서도 낯선 이 마을의 도서관들 속으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1. 고창군립도서관 – 가장 조용한 고전의 공간
고창읍 중심에 있는 ‘고창군립도서관’은 군청과도 가까운 고창의 대표 도서관이다. 외관은 전형적인 공공기관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단정하게 정돈된 열람실과 현지인들만 알고 있을 법한 고서 코너가 인상 깊다.
- 위치: 고창군 고창읍 중앙로 245
- 이용 팁: 1층 열람실 / 2층 아동도서 + 지역 역사자료 코너
2. 아산면 작은도서관 – 시골마을의 따뜻한 온기
아산면 작은도서관은 마을 회관과 같은 공간에 붙어 있는 소형 도서관이다. 책보다 사람의 온기가 먼저 느껴진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서, 나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다 잠이 들 뻔했다.
- 위치: 전북 고창군 아산면 아산로 101
- 추천 포인트: 전통시장에서 주전부리 후 방문 추천
3. 해리 작은도서관 – 옛날 초등학교를 개조한 감성 공간
해리면에 위치한 이 작은도서관은 폐교된 초등학교의 교실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복도엔 낡은 게시판이 있고, 창밖으로는 오래된 운동장이 보인다. 지역 주민들이 남긴 기록물로 마을의 기억이 살아 있다.
- 위치: 전북 고창군 해리면 중앙로 55
- 이용 팁: 오후 4시 이후 마을 주민 이용 활발
4. 심원 작은도서관 – 바닷마을 아이들의 책방
심원면은 고창에서도 바다와 가까운 마을인데, 이곳의 작은 도서관은 해산물 말리는 어촌 마을 한가운데 있다. 외관은 작은 컨테이너처럼 생겼지만, 내부는 모던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특이하게도 '바다'를 주제로 한 그림책, 해양 과학 책이 많다. 아이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도 자주 열리며, 나도 운 좋게 '동화 읽어주는 날'에 참석해 조용히 구경할 수 있었다.
- 위치: 고창군 심원면 심원로 19
- 추천 팁: 하전 갯벌 체험 후 들르기 좋음
5. 상하면 마을 도서관 – 마을회관 안 숨겨진 공간
상하면 마을 도서관은 마을회관 지하에 있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70~80년대 도서나 군 복무 청년들의 편지 등 독특한 자료들이 있다. 마치 시간의 동굴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위치: 고창군 상하면 회관길 7
- 분위기: 매우 조용하며, 따뜻한 차 제공 가능
마무리
이 다섯 곳의 도서관을 돌아보며 여행이란 이동이 아니라 공간의 결을 이해하는 과정임을 느꼈다. 고창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식과 기억이 공존하는 마을이며, 도서관은 그 핵심이었다.
세종이나 대전에서 가까운 이 조용한 마을로, 당신도 책 한 권 들고 떠나보길 바란다. 책과 마을이 어우러진 이 여행은 무엇보다 당신의 마음을 쉬게 해줄 것이다.